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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할 때마다 내가 가슴 속으로 다짐하는 문구는 늘 같다.
'내가 왜 이 짓을 하지! 이제 다시는 하지 말아야지!'
하지만 이 다짐을 까먹고 매년 나가는 대회가 있으니 하나는 가을에 열리는 조선일보춘천마라톤이고 다른 하나가 겨우내 달라진 자신을 느끼고 싶어 출전한다는 서울국제마라톤이다.
중앙일보마라톤은 조선일보춘천마라톤(이하 '춘마')과 대회 참가자 모집 경쟁을 벌이느라 춘마 다음 주에 열리데, 이것은 몸에 엄청난 무리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출전하지 않게 되었다.

이번 서울국제마라톤은 뒤돌아 보니 개인적으로 가장 많은 투자를 한 대회였다.
우선 겨울에 뉴발란스에 주최하는 마라톤 교실에 등록해서 나름 투지를 불태웠고, (사실 5번도 안나간 것 같아서 후회스럽다.) Fitness Center에 다니는 것은 물론이고 트레이너의 꾀임에 빠져서 Personal Training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들이 준비한만큼 준비가 부족했다고 생각했지만, 당일 아침 날씨가 너무 좋았다.

2년 전에는 출발 후 한 시간 정도 되었을 때 너무 추운 날씨 때문에 회수 버스에 올라탄 적도 있기 때문에 적절한 기온에 상쾌함이 느껴지는 날씨는 매우 큰 위안이 되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사람들과 함께 광화문 거리로 뛰쳐나가고 나서 초반에 페이스는 매우 좋았다. 원래 목표인 3시간 10분을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역시 마라톤은 30km 부터였다. 30km 지점이 지나면서부터는 페이스를 체크하는 것이 무의미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25km 지점까지 무난히 유지했던 4분 30초 페이스를 포기하고 5분 페이스를 맞추어 보려고 노력했지만 30km 지점에서 물도 마시고 하다보니 거의 6분 페이스까지 뒤쳐졌다. 여기서 큰 결심이 필요했다. 몸이 원하는 휴식을 취하고 달린다면 원래 가지고 있던 기록인 3시간 20분대에는 완주가 가능할 것 같았지만 이번에는 그렇게 타협하고 싶지 않았다. 깜박잊고 바셀린을 바르지 않은 허벅지 안쪽이 쓸리면서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고, 발걸음은 모래주머니를 달아놓은 것 처럼 점점 힘이 빠져갔다.

하지만 35km 지점에서 물을 마신 후에는 내가 놀라운 정도의 정신력을 발휘해서 한 번도 쉬지 않고 뛰었다. 결승점을 지나고서 후회가 없을 때 그 기분은 참 좋았던 것 같다. 내 시계로 체크한 기록도 20분도 지나지 않아 더욱 좋았다.

점심을 먹고 문자메시지로 도착한 기록은 3시간 19분! 나의 최고기록이었다. 아무도 알아줄리는 없지만 참 반갑고 소중한 숫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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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마라톤은 중계방송사인 MBC가 생중계를 시도하다가 중계 마이크맨이 육교에 부딫쳐 사망하는 어처구니 없는 사고도 있었다. 내가 알지는 못하는 분이지만 누군가의 모습을 누구보다 치열하게 뒤쫓다 유명을 달리하신 분의 명복도 이 자리에서 다시 한 번 빌어본다.

서울국제마라톤을 되돌아보니 '땀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그 누군가의 말이 정말 절실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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