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ma

[20080309]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sposumer 2008. 3. 11. 02:15

<포스터 출처: IMDB>

영화를 만든 코헨 형제에 대해서는 나름 인상적인 기억이 있다.
고등학교 시절 쯤으로 기억되는데 '파고(Fargo)'를 신사동 브로드웨이 극장에서 보았다. 고등학생이 좋아할 만한 영화도 아니, 그다지 흥행할 수 있는 영화는 아니었지만 당시 KINO 등 이해도 못하는 영화잡지를 애독하고 있던 나에게 평론가들의 담합한 듯한 호평은 궁금증을 자아냈고, 결국 나는 거의 텅빈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았다.
피를 질질 흘리는 스티브 부세미와 흰 눈에 뚝뚝 떨어지는 붉은 피가 너무도 선명한 이미지로 남아있다. 나머지는 사실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흥행이 안될 것 같은 영화를 골라서 보는 취미 덕에 영화를 관람하는 동안 많은 사람들이 우리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 영화장면을 뒤로 하고 먼저 나갔다.

사실 싸이코처럼 보이는 주인공 안톤은 나름대로 자신 만의 확고한 룰을 가지고 지켜간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그 룰이 너무 흑백논리에 치우쳐있다는 것이다. 조금도 남의 사정을 고려하려고 하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바만 달상하면 그만이다.

처음에는 싸이코처럼 보이던 그를 자세히 보면 살인을 하고 있을 뿐,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 사실 내가 남을 배려한 것은 언제인지 기억하기가 힘든 것이 현대인이 아닌가?

흑백논리를 신봉하는 안톤의 모습을 가장 잘 대변하는 것은 뭐니뭐니해도 선심을 쓰는 듯하며 제안하는 동전 던지기이다.
"Head or Tail? Call it!"
여기서 답변은 Head나 Tail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다른 정답은 없다.

영화에서 흑백논리 애찬논자 역시 안톤 만이 아니다. 안톤을 포함해서 현대를 말세로 비판하는 사람들에게도 악의 근원은 오직 돈과 마약 뿐이다.

영화를 관람하는 내내 현대의 문제점은 범죄가 넘쳐난다는 것이 아니라 나도 모르게 흑백논리를 내세우게되는 속도에 대한 추종은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물론 코헨 형제가 말하고 싶은 것이 이것이 아니었다고 해도 그들 역시 흑백논리를 주장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면 이해해 줄 것이라고 믿어보며...

- 원제: No Country for Old Men
- 관람일/극장: 20080309/CGV 강남 2관
- IMDB 영화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