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ena Homme+ 2015. 1] 이케아코리아는 어떻게 될까?
이케아코리아는 어떻게 될까?
이케아가 왔다. 한 증권회사 보고서는 3천억 원 대의 연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성공을 낙관할 수 없다. 이미 까르푸와 월마트도 돌려보낸 한국이기 때문이다.
Words 김형식(칼럼리스트) / Editor 이우성
이케아 매장에 처음 들어간 것은 2009년 홍콩 스탠다드차터드 마라톤에 참가했을 때였다. 하프 코스완주 후, 교통 통제 때문에 낯선 거리를 걷다가 책에서 보았던 브랜드 로고를 발견했다. 신세계였다. 창고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군데군데 실제 집처럼 꾸며진인테리어, 매장에서 비치되어 있는 몽당연필로 열심히 쇼핑리스트를 작성하고 있는 사람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이케아 쇼핑객들은 대형마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쇼핑객과 달리 놀이동산에 있는 것처럼 흥분되고즐거워 보였다는 것이다.
이미 국내에서는 여성들을 중심으로 꽤 많은 이케아 열성팬들이있다. 몇 해 전 내가 외국계 회사에서 일할 때 직원들 자리에는 빨간색 휴지통이 하나씩 놓여있었다.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한 여자 직원이 친절하게 이 빨간색 휴지통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었다.“이 휴지통 예쁘죠? 이케아 거예요.홍콩에 있는 아시아 HQ에서 온 건데 쓰레기통이지만 자꾸만 눈이 가요. 퇴사할 때 몰래 집으로 가져가고 싶어요.”
<사진 1. 이케아 FNISS 휴지통 (사진 출처: 이케아 코리아 웹사이트)>
이케아코리아는 한국 내 첫 번째 매장인 ‘이케아 광명’ 오픈을 준비하면서 의도치 않은 실수들을 했다. 첫 번째 실수는 이케아코리아가 국내에 판매예정이었던 장식용 벽걸이 세계지도에‘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한 것이다. 이에 대해서 이케아코리아는 오픈 준비 중이던 이케아광명을 미디어에 사전 공개하고 “동해 표기 논란과 관련해서 한국 소비자에게 사과드린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입장 발표 이후에도 국내 미디어와 소비자들은물론이고 광명시의회가 이케아에 대해 제품 불매운동을 포함한 규탄결의안을 채택하는 등 항의가 지속되자 문제가 된 세계지도를 내년부터 전세계에서 판매하지않겠다고 결정했다.
또 다른 실수는 이케아코리아에서 한국 웹사이트에서 판매 예정인일부 제품의 가격이 외국에서 판매하는 동일한 제품 가격보다 비싸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어리숙하여이용하기 좋은 사람이라는 ‘호갱’이라는 다소 생소한 단어를들먹이면서 주요 일간지 및 온라인 뉴스는 물론이고 지상파 프라임타임 TV 뉴스에까지 부정적인 모습으로등장했다. 여기에 공정거래위원회가 이케아코리아 판매 예정 제품 가격을 조사하겠다는 발표를 하면서 ‘이케아 때리기’는 극에 달했다. 일부뉴스와 SNS 상에는 이케아 광명 오픈 때 창립자인 잉그바르 캄프라드(IngvarKamprad)가 참석하지 않는 것 역시 ‘한국 무시하기’라는주장까지 등장했다. 과연 이런 상황에서 이케아는 한국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을까? 물론 이케아는 전 세계에서 검증된 가구 회사다. 그러나 대한민국은종종 그와 유사한 가치의 글로벌 브랜드를 고향 땅으로 돌려보낸 바 있다.
국내 인테리어 업계 관계자들도 이케아가 가족단위 쇼핑객은물론이고 특히 젊은 싱글족에게 통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어르신들은 가구는 가격이 조금 비싸도 품질이좋은 것을 사서 오래 사용해야 한다고 말씀하시는데 이건 젊은 사람들의 생각과는 조금 달라요. 젊은 층은 ‘유니클로’에서 디자인이 예쁘고 필수적 기능을 갖춘 옷을 사지만 트렌드에뒤처진다고 생각하면 과감하게 다시 새 옷을 사는 것처럼 가구나 인테리어 소품도 사죠. 수십 년이 아니라한 동안 불편 없이 사용할 수 있다면 그 제품은 만족할 만한 품질을 갖춘 겁니다.”
먼저 위와 같은 이케아 성공낙관론의 근거가 되는 이케아의대표적인 성공비결들을 살펴보자. 첫 번째 성공비결은 누구나 알고 있듯,독창적인 디자인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가격이 저렴하다는 것이다.
‘잉그바르 캄프라드는1973년과 1974년, 2년에 걸쳐 이케아의미래에 대한 글 <어느 가구상인의 유언장>을 썼다. 캄프라드는 상품의 수급에 관한 언급으로 글을 시작했다. “우리는디자인이 아름답고 기능이 뛰어난 가구와 집기들을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이 구매할 수 있도록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할 필요가 있다.”’ (<이케아, 불편을 팔다>뤼디거 융블루트 지음, 2013, 미래의 창 /98~99P 중)
두 번째 성공비결은 매장에서 고객이 제품을 직접 고르고 차에적재해야 하는 이케야 만의 특별한 쇼핑 방식이다.
‘이케아에서 고객은 혼자 움직이고 혼자 결정한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바로 그 점을 좋아한다. 어떤 점원도 고객을방해하거나 관심을 끌려고 시도하지 않는다. 일간지 <베를리너차이퉁>에서 하랄드 예너는 이에 대한 정확한 분석을 실었다. “전문상담원을 없애는 것은 판매가를 낮추는 효과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자기 자신과 자신의 집 사이에 서서적당한 가구를 찾는 현대의 개인주의자들에게 전문가의 권위에 찬 설명은 귀찮고 버겁게 느껴지기 쉽다. 이케아의판매 시스템은 고객들에게 그러한 전문 상담을 피하게 해 주는 것이다.”’ (<이케아, 불편을 팔다> 뤼디거 융블루트 지음, 2013, 미래의 창 / 227P 중)
세 번째 성공비결은 이케아 가구를 집에서 직접 조립하는 즐거움이다.
‘이케아의 사업 형태는 빠르게 확산되는 Do-It-Yourself 문화와 맥을 함께한다고 말할 수 있다. DIY 문화에서는일반적으로 전문 인력들이 주로 처리하는 일들을 아마추어들이 맡는다. 이 문화는 수동적인 기성품의 소비대신 즉흥성과 주체성의 재미를 안겨준다. 관객이나 소비자의 역할을 넘어 적극적으로 활동하기를 원하는이들이 이런 문화를 이끌어 가는 중이다. 그리고 이런 운동은 현재 새로운 전성기를 맞고 있다.’ (<이케아, 불편을 팔다>뤼디거 융블루트 지음, 2013, 미래의 창 / 231P중)
이제 난관들을 생각해보자.첫 번째 비결과 관련해서 앞서 언급된 ‘고가 논란’이이케아코리아에게 큰 문제가 될 수 있을까? 만약 국내에서 동일한 제품을 구매할 때와 해외 온라인 쇼핑몰에서구매할 때 큰 가격 차이가 없다면 별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5만 원짜리 의자가 있다고 생각해보자. 이 의자를 해외 온라인 쇼핑몰에서 4만원에 팔고 있다면 국내 해외직구족들이 관심을 가질까? 국내 해외 직구족들은 적어도 국내 판매가보다 최소 30%에서 50% 이상 저렴한 제품에 관심을 갖는다. 앞서 제시한 예처럼 해외 직구가 20% 저렴하다고 하더라도 주문총액이 100달러를 넘지 못하면 해외 온라인 쇼핑몰에서 일반적으로 해외 배송비가 부과되어 큰 이점이 없다. 즉 제한적인 영향이 있을 뿐이기 때문에 큰 난관이 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첫 번째 비결과 달리 두 번째와 세 번째 비결은 전세계 모든 곳에서 통하지는 않았다. 관련해서 이케아의 일본 진출 사례를 살펴보자.
‘이케아는 이미 일본과 중국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1974년 일본 고베에 진출했다가 좋은 품질과 서비스를 원하는 일본 소비자 특유의 까다로운 요구를 부응하지못해 1986년 철수했다. 하지만 철저한 연구 끝에, 2006년 일본시장에 재진입할 때는 현지물류업체와 제휴해 배송·설치·조립서비스를 강화했고 결국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진열 역시 거대한쇼룸이 아닌 일본식 다다미방 구조로 바꿨다. 때문에 직접 조립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나라에서도 이케아는배송, 조립 등 서비스를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한국일보 2013년 10월 16일 13면 ‘가구 공룡 '이케아' 상륙 눈앞… 태풍? 미풍?’ 기사 중)
이케아 상륙을 앞두고 해외에서 이케야를 접해본 한국인들에게 “이케아, 어땠어?”라고물어보면 “조립할 때 힘들었다.”라는 대답이 거의 빠지지않는다. 관련하여 이케아코리아는 부가 비용을 지불할 경우에 배송 및 설치·조립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배송은 광명시 기준 2만 9천원부터, 설치·조립 서비스 4만원부터) DIY 문화에익숙하지 않은 한국인들에 대한 최소한의 대책은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 소비자 입장에서 부가비용까지 부담한다면 이케아 제품에 대한 만족도는 낮아질 수도 있다. 또, 배송 및 설치를 담당할 이케아코리아 물류파트너인 CJ대한통운과 경동택배에서이미 전담팀을 갖춘 것이 아니라 담당 인력을 충원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샘, 현대리바트와 같이전문 배송 및 설치·조립 인력을 보유한 국내 가구 브랜드 서비스에 익숙한 한국 소비자의 눈높이를 맞추기는어려울 수도 있다.
만약 이케아코리아가 앞서 살펴본 난관들을 극복하고 국내 소비자들의전폭적인 지지를 이끌어낸다 하더라도 다른 차원의 난관이 한 가지 더 남아있다. 가끔은 글로벌 브랜드들의발목을 잡기도 하는 대한민국 정부 정책 및 연계된 국내 규제들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울면서 돌아간 까르푸, 월마트와 달리 국내에서도 성공한 창고형 할인점 코스트코는 국내 유통업체들과 마찬가지로 대형마트 영업제한 조례안에따른 의무휴업 조치에 반해 제기한 관련 소송에서 패소하였으며, 2011년 경기도 부천시 매장 오픈 역시지역 소상공인들이 격렬한 반대 끝에 부천시의회가 코스트코 입점 저지 결의문을 채택하는 바람에 무산되었다. 우리에게는 ‘가구’ 브랜드로 친숙한 ‘이케아’이지만 이케아 광명 역시 ‘가구’만판매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앞서 언급된 대형마트에 대한 국내 규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이케아는 판매하는 품목이 1만여 종에 달하는 대형 유통사로 내부에 자체 레스토랑을운영하는 데다 각종 인테리어 제품부터 인형, 완구류까지 판매하는데도 종합유통기업이 아니라는 판단에서각종 규제를 비껴간다."며 “유통규제를 피해간 이케아가업종을 가리지 않고 초저가 제품을 쏟아내며 중소 상권에 전방위적인 피해를 입히게 될 것이 불보듯 뻔하다."고내다봤다.’ (서울경제 2014년 8월 4일 <가구매장이케아? 실상은 '초대형마트' 중소업계 "유통공룡 등장…타격 불보듯"> 기사 중)
이케아코리아는 광명시민들의 여론을 고려하여 먼저 문을 연광명 코스트코와 롯데프리미엄아울렛과 마찬가지로 광명시와 중소상인 상생협약을 맺었다. 하지만 향후 이상생협약을 토대로 가구 브랜드가 아닌 대형마트에 준하는 규제를 요구받을 수도 있다.
이케아코리아의 운명은 기존의 성공 비결을 적절히 활용하되적절한 한국화가 가능한가에 달려있다. ‘적절한 한국화’를통해 한국 소비자와 중소기업, 지방자치단체 및 정부 모두를 만족시켜 안정적인 비즈니스 환경을 구축해야한다. 또 성공의 잣대인 매출목표 달성은 ‘36만 광명시민뿐아니라 꽤 많은 서울시민들까지 저렴한 가격으로 이케아 제품을 사기 위해 소중한 주말에 자가용을 몰고 이케아 광명으로 가서 직접 제품을 고르고 구매한제품을 집으로 싣고 돌아와 조립하는 수고를 할 것’이라는 가정 하에서만 가능하다. 이케아코리아는 어떻게 될까?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할 수 있다. 멋지지만 다소 불편한 이케아 스타일을 우리가 수용할 것인가?
(ARENA HOMME+ Jan.2015 P140 ~ 141)
부족한 글을 잘 정리해주신 이우성 기자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