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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다낭 여행] 다낭 서핑 스쿨(Da Nang Surf School) - 나뭇잎 타고 바다를 건너는 기분
sposumer 2017. 4. 19. 16:35올해 초등학교에 들어간 조카 녀석도 일기를 쓰는 것이 어렵다고 한다. 나는 조카에게 “그래도, 매일매일 써야지. 안 그러면 무슨 일이 있었는지 까먹잖아.”라고 말했다. 하지만, 어른인 나도 늘 무슨 글이든 글쓰기는 어렵다. 또 글쓰기 할 때에 가장 어려운 것은 첫 문장을 쓰는 것이다. 여행을 자주 다니는 것도 아니라서 여행지에서 돌아올 때면 사진도 정리하고 여행에 대해서 글쓰기도 하겠다고 마음을 먹어보지만 다짐과 행동은 동전의 양면이 아닌 전혀 다른 것이다.
여름 휴가로 아내와 함께 베트남 다낭에 다녀왔다. 아내에게 ‘다낭’이라는 도시명을 들었을 때 내게 제일 먼저 떠올랐던 것은 ‘베트남 전쟁’이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시절에 프라모델 조립에 푹 빠져서 그 당시에 자료를 구하기도 쉽지 않는 베트남 전쟁에 대한 문헌까지도 찾아서 열심히 읽었다. 다낭에는 우리나라 청룡부대가 주둔했었다. 베트남 전쟁이 2차 세계대전 이후 있었던 현대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전쟁이 끝난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북한 때문에 외국인들이 볼 때는 아직도 전쟁재개 가능성이 있는 나라에 살고 있지만 전적지인 다낭으로 휴가는 내게는 조금은 묘한 느낌이었다.
아내가 쿠팡으로 다낭 패키지 특가 예매를 완료하고 다낭에 대해서 자료를 찾아보는데 쉽지가 않았다. 출장까지 포함해서 다소 여유로운 일정으로 다녀왔던 태국, 대만, 일본 등 아시아 지역 국가들은 우리나라에 관광청 사무국이 있어서 사전에 지도는 물론이고 여러가지 자료수집이 쉬웠고 요즘은 여행 목적에 따라 활용 가능한 다양한 여행책자들도 서점에 가득하다. 하지만 베트남은 여행 책자에서도 캄보디아와 함께 다루는 정도. 네이버 검색으로 찾은 자료도 우리가 묵을 숙소인 퓨전 스위트 다낭 비치에 대한 것뿐이었다.
<사진 1. 숙소에서 길을 건너면 바로 해변이 있다. 이 해변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퓨전 스위트 다낭 비치 웹사이트: http://fusionsuitesdanangbeach.com/
구글 검색을 하다 보니 다낭은 미케 해변이 유명하다는 글을 보고 영어로 danang과 surfing이라는 단어를 넣어 검색을 해보았다. 검색결과에서 다낭 서프 스쿨(Danang Surf School) 페이스북이 나왔다. 페이스북에 웹사이트가 연결되어 있었고 일반 서핑보다 스탠드업 패들(SUP: Stand up Paddle) 강습을 하는 곳이었다. 나는 올해 단 한 번 동해안 강원도 양양에서 서핑 강습을 받았다. 재미는 있었지만 그 다음 날까지 온 몸이 쑤실 정도로 힘들었다. 파도가 보드를 밀어줄 때 일어나서 균형을 잡으면서 잠시나마 파도를 즐기는 것은 재미가 있었지만 보드에 업드려 적당한 파도가 오는 것을 마냥 기다리는 것이 쉽지 않았기 때문에 파도가 없더라도 패들로 움직일 수 있는 SUP도 한 번 타보고 싶었다. 구글맵을 검색하니 다낭 서프 스쿨은 퓨전 스위트 앞 해변에서 가까운 곳에 있었다. 웹사이트 관리자에게 이메일을 보내서 숙소와 가까운 거리에 있는지, 햇빛이 조금 덜한 시간 때는 언제인지 문의를 해보았다. 이메일을 보낸 다음 날 답장이 왔다. 걸어서 10분 거리라고 했고 이른 아침이 햇빛이 덜하다고 했다. 우선 물을 무서워하는 아내를 잘 설득하고 휴가에 너무 이른 아침부터 움직이는 것도 부담스러워서 여행 2일차 오전 11시에 강습을 받겠다고 이메일 회신을 했다.
<사진 2. 다낭 템플 리조트가 시작되는 지점에서 입간판을 찾을 수 있다>
-다낭 서핑 스쿨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danangsurfschool
-다낭 서핑 스쿨 웹사이트: http://danangsurfschool.com/
여행 2일차. 숙소에서 조식을 든든하게 먹고 해변으로 갔다. 화창한 날씨에 금빛으로 반짝이는 모래사장으로 약 10분 정도 쉬엄쉬엄 걸어갔다. 조리를 벗고 모래사장을 걸어보려고 했는데 뜨거운 햇살 때문에 다시 조리를 신을 수 밖에 없었다. 동남아 해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방갈로 앞에서 다낭 서프 스쿨 입간판을 찾았다. 방갈로에는 단촐하게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있었고 외국인 부부 한 팀이 의자에 앉아있었다. 아이 한 명은 해먹에서 새근새근 잠을 자고 있었다. 영어로 물어보니 강사가 수업을 하러 나갔고 20분쯤 있으면 돌아올 것이라고 했다. 바로 앞 해변을 보니 모래사장에서 다소 멀리 떨어진 곳에서 두 사람이 보였다.잘 보이지 않지만 희미한 실루엣으로 추측해볼 때 한 사람이 남자 강사이고 한 사람은 여자 강습생인 듯 했다. 강사가 올 때까지 기다릴 수 밖에 없어서 외국인 부부와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서로 이름도 물어보지 않고 이것저것 이야기를 주고 받았는데, 한국 한남동에서 7년동안 살았다고 했다. 프랑스인 남편의 직업은 엔지니어인데 현대자동차에 부품을 공급한다고 했다. 현대자동차 남양주 중앙연구소에도 가본 적이 있는데 머리 좋은 젊은 직원들이 공장에서 입는 푸른 작업복을 입고 회사 식당에서 식사를 해결하면서 근무하는 풍경이 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최근 현대자동차가 코엑스 한전 부지를 구입했다고 했더니 중앙연구소 직원들도 강남지역에서 근무하게 되면 좋을 것이라고 했다. 30분이 지났지만 강사가 돌아올 기미가 없어서 해변으로 가서 손을 흔들었다. 해변으로 나와서 이메일을 보냈던 사람이라고 이야기를 하니 그제서야 기억이 난다는 눈치이다. 강습을 받았던 사람은 우리 숙소 피트니스 센터에 근무하는 요가 강사라고 했다. 강사도 30분이 넘게 기다린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바로 강습을 시작하자고 했다.
<사진 3. 다낭 서핑 스쿨 전경 1>
<사진 4. 다낭 서핑 스쿨 전경 2>
<사진 5. 서핑 스쿨 앞에는 한가로운 해변이 펼쳐져 있다.>
스마트폰 등 소지품을 캐비닛에 넣고 햇살을 가려줄 대여용 래쉬 가드를 입고, SUP를 옆구리에 끼고 해변으로 이동했다. 조리는 한 곳에 모아놓고 모래를 덮어두었다. 지상 교육은 길지 않았다. 패들을 잡는 법과 젓는 법, 일어나는 법 정도였다. 일반 서핑 보드와 달리 SUP 보드 중앙에는 손가락 끝이 들어갈 만한 홈이 있는데 물에 빠졌을 때는 이 홈에 손가락 끝을 먼저 넣고 배부터 보드 위로 올라가라는 안전 수칙이 제일 중요했다. 물에 들어가서 하는 수업은 보드에 무릎을 꿇고 앉은 자세로 패들로 노를 젓는 것 같은 동작을 반복했다. 파도 때문에 좌측에서 우측, 우측에서 좌측으로 패들을 바꾸어 잡아야 할 때가 있는데 이때 손이 꼬이지 않도록 하는 것이 처음에는 조금 어려웠다. 강사가 강조했던 단어는 Deep이었다. 패들을 물 속으로 깊숙이 넣어서 저으라는 것. 무릎을 꿇고 허리를 세우고 있는 자세였기 때문에 계속하니 복근이 없으니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패들로 방향 전환 연습을 하고 일어서기 연습을 했다. 패들을 SUP 보드 앞쪽에 내려놓고 엎드린 자세에서 조금 쉬다가 발을 보드 중앙에 위치하게 하고 일어섰다. 일어서는 것 자체는 서핑과 비교했을 때 쉬운 편이었다. 문제는 그 다음. 일어서서 패들링을 하는 자세가 익숙하지가 앉아서 한 번 물을 먹었다. 강사는 다리보다 Belly에 힘을 주어야 한다고 했다. 역시나 복근에 힘이 필요한 스포츠였다. 그렇다고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 것도 아니다. 몸에 균형을 잡으면서 패들링에 익숙해지니까 그제서야 피곤이 몰려왔다. 아내도 처음에는 무서워했지만 구명조끼도 입었고 나보다 패들링은 잘해서 1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일어나서 패들링을 하고 있으니 동요 가사처럼 가랑잎을 타고 바다를 건너는 기분이었다. 우리가 힘이 빠져 보이자 강사가 잠깐 해변에서 쉬자고 했다.
강사와 나는 해변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이는 물어보지 않았지만 강사는 마흔이 넘어보였다. 포르투갈인 곤칼로(Goncalo Cabrito)는 12살때부터 서핑을 했다고 했다. 하지만 나이를 먹으면서 서핑이 조금 힘들어지기 시작했고 베트남 다낭에 왔다가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게 됬다고 했다. 곤칼로의 부인은 바이올린니스트인데 포르투갈에 연주를 하러 왔다가 식당에서 일하고 있던 곤칼로를 만나게 되었다고 한다. 부인의 아버지가 고령이어서 아버지를 모시기 위해서 함께 베트남으로 왔다고 한다. 베트남은 오전 5시~7시 정도까지가 햇빛도 약하고 파도도 잔잔해서 SUP를 하기에 최적이라고 했다. 서핑 스쿨을 위해서 리조트 방갈로를 싸게 빌려서 사용하고 있고 최근 다낭에 큰 리조트들이 계속 문을 열고 있기 때문에 서프 스쿨의 미래는 긍정적으로 보는 것 같았다. 곤칼로는 물을 마시러 방갈로에 돌아갔을 때, 쉬고 있는 외국인 가족들을 보고 한 가지가 빠졌다며 자신의 스마트폰과 스피커를 가져다가 음악을 틀어주는 유쾌한 사람이었다. 우리는 바다로 돌아가서 파도를 가로질러서 가는 강습을 받았는데 쉽지 않았다. 그리고 파도가 너무 심해져서 약 1시간 30분간의 강습을 마쳤다.
내 신혼여행지였던 발리에서는 공항부터 서퍼들을 쉽게 볼 수가 있었다. 해변 근처에는 서퍼들을 위한 가게들도 즐비했다. 베트남 다낭은 아직 서핑철도 아니고 발리와 비교하면 서퍼들을 많이 볼 수는 없었지만 웻슈트(wet suit)를 입지 않아도 따뜻한 수온과 저렴한 물가를 고려하면 역시 서퍼들에게는 방문해볼 만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온이나 파도는 내가 잘 모르겠지만 다낭이 한적한 해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 SUP의 경우에는 서핑과 비교했을 때 쉽게 배울 수 있기 때문에 가족단위 여행을 왔을 때도 한 번 도전해볼 만하지 않을까? 조금 익숙해지만 어린 아이를 SUP 보드 앞쪽에 앉힐 수도 있다.
나는 곤칼로에게 한국에 돌아가서 긍정적인 후기를 작성해서 블로그에 올리겠다는 약속을 하고 해어졌다. 한국으로 돌아가는 여행 5일차. 숙소 근처에서 저녁 식사를 마치고 택시를 잡기 위해 걸어가고 있는 우리 부부 앞에 오토바이 한 대가 “Kim!”이라고 소리를 치면서 멈춰섰다. 곤칼로였다. 오토바이 뒷좌석에는 초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곤칼로의 딸이 타고 있었다. 곤칼로는 딸과 함께 서프 스쿨 전단지를 돌리고 있었다. 곤칼로에게 강습을 받다가 이야기를 나눌 때 곤칼로가 새로운 인생이 언제나 낭만적이지만은 않다고 한 마디 했던 것이 문득 생각났다. 나는 곤칼로에게 “우리는 이제 한국으로 돌아간다. 딸이 참 예쁘다”라고 말했다. 웃음과 반가운 인사를 뒤로 하고 곤칼로의 오토바이는 인파가 모여들기 시작한 해변 쪽으로 사라졌다. 내가 다낭에서 다시 SUP를 탈 수 있을까? 그 기회가 온다면 곤칼로도 다시 한 번 만나고 싶다.
P.S. 다낭 서핑 스쿨 관련 질문에 대한 답
포스트에 달린 답글을 너무 늦게 봤지만 늦은 답을 남겨봅니다.
-래쉬 가드 렌탈: 래쉬 가드도 무료로 렌탈 해주기는 하지만 남들이 입었던 것이고 각자 마음에 드는 옷이 다르듯,
렌탈용 래쉬가드가 딱 마음에 들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원래 물놀이용으로 가지고 있는 래쉬가드가 있다면 가져가세요.
-샤워 시설: 강원도 양양처럼 서핑 후 사용할 수 있는 샤워시설은 간이 샤워시설입니다.
샴푸와 바디클렌저를 사용하는 본격 샤워는 숙소에서 하시는 것을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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